필사라고 하면 쉬운 말로 베껴쓰기죠.
취미로 필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구요.
소설이나 수필 같은 우리글로 된 책을 필사하기도 하고,
영어 공부를 위해 영문으로 된 글을 필사하기도 합니다.
손글씨를 쓸 일 없는 요즘에는 펜을 잡을 일이 별로 없죠.
일상생활에서 써 봐야 병원 초진 때 인적사항 정도...겠죠?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아니 글씨를 쓸 일이 없어요.
그만큼 필사를 한다는 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전 필사를 시작한 지 3~4년 정도 됐는데요.
번역된 자기계발서를 읽다가 우연히 원서를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 몇 페이지를 보니 많이 어렵지 않더라구요.
한번 해볼까?! 싶었죠.
영어를 잘 하진 못하지만 잘하고 싶고
원서를 읽고는 싶지만 진도 나가는 일이 힘들 것 같은 생각에 도전하는 게 어려웠는데,
번역본을 읽었으니 내용도 이미 알고 있어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읽는 중간 한 챕터씩 골라 필사하거나,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는 단락을 필사하거나,
아니면 책 한 권을 통으로 필사하거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전 그중 한 권 전체 필사를 선택했어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원서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데 중간에 잠깐씩 막히는 게 싫었고,
그렇다고 그냥 문맥상 대충 흘리며 넘어가자니 저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니 답답했어요.
필사를 하면 어차피 느리게 가야 하는데 천천히 가보지 뭐~ 했습니다.
필사할 책 고르기 --------------
필사를 처음 시작할 즈음에는 자기계발서를 주로 봤기 때문에
제가 읽었던 번역본 중에서 필사하고 싶은 원서를 골랐어요.
그동안 필사 완주했던 책은 총 3권입니다.
The curse of lovely - Jacqui Marson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Factfulness - Hans Rosling <팩트풀니스>
Atomic habits - James Clear <아주 작은 습관의 힘>
필사 첫 책인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이후에는
번역본을 읽지 않고 바로 원서 필사를 시작했어요.
번역본 책이 집에 있어서 옆에 두고 참고(?)하며 필사했죠.
Living, Loving & Learning - Leo Buscaglia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중간에 포기ㅠ
단어나 문장이 어려웠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암튼 진도도 안 나가고 저에겐 그리 와닿지 않았던...
번역본을 먼저 읽었다면 좀 달라졌으려나요.
그런데 이런 종류의 책만 필사하다 보니 너무 무미건조하달까,,,
그러다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약한 부분이 읽는 영어가 아니라 말하는 영어잖아?
당장 대화 나눌 사람도 없고 그럴 환경도 안되지만,
언젠가 사용할 수도 있을 대화체가 많은 소설책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정보와 지식을 주는 책보다는 내용도 재밌고 읽기 쉬운 소설로~
현대소설은 저에게 맞는 괜찮은 책 고르기가 어려울 듯 싶었구요.
쉽게 볼 수 있는 책 중에서 Anne of Green Gables 빨강 머리 앤을 골랐습니다.
우선 아는 내용이라 읽기 쉬울 것 같았고 (물론 배경 묘사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많았지만요.)
번역본을 읽어 본 적도 없으니 새롭게 도전해 보자! 했죠.
빨강 머리 앤을 끝내고 지금은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을 필사하고 있어요.
어쨌거나 책은 자기계발서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자신이 관심 가는 책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
영어 난이도가 높은 책보다는 쉬운 책으로 쉽게 가는 게 좋은 듯합니다.
처음 시작할 땐 이걸 언제 다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그냥 시간 나는 대로 한 장 한 장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끝에 다다르더라구요.
필사 방법 ------------
처음에는 원문을 그냥 보고 따라 쓰는 정도였습니다.
번역본이 아닌 원서를 읽어 보자 시작했는데,
하면서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죠.
필사를 해도 머리에 남는 게(?) 있는 건가 싶었고요;;
그래서 최대한 한 문장 만이라도 소리 내어 읽고, 기억하고, 써보자 했습니다.
음... 쉽지 않았죠. '내가 이렇게 기억력이 빈약했었나,,, ㅠㅠ 긴 문장도 너무 많고...
문장이 길어서 어려우면 절이라도, 몇 단어라도 기억해서 써 보자!!!'
물론 쉽지 않았고, 처음 버릇 그대로 보고 쓰고 보고 쓰고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대한 기억해 보고자 애썼습니다.
필사하면서 기억에서 잊혀졌던 단어나 숙어ㅋ
그리고 (제 기억에 없는) 완.전.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핸드폰 옆에 두고 네이버 사전도 열심히 찾아가면서요.
전혀 쓸데없을(?) 것 같은 단어는 한 번 찾아보는 것으로 끝!
많이 나오거나 헷갈리는 단어는 그래도 기억하려 애쓰며 필사했습니다.
필사하면 좋은 점 -----------
단연코 영어 실력이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좋아질 것입니다!!!
매일 반복이 힘들지만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다 보면 습관이 되기 마련이죠.
꾸준히 하다 보면 차곡차곡 실력이 되어 쌓일 겁니다.
영어 단어와 구문이 익숙해지고, 문장 구조가 점점 눈에 들어오게 되죠.
어떤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반복학습만큼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성취감이 큽니다. 당연히.
어떤 식으로 필사를 하든 책 한 권을 끝냈을 때 오는 뿌듯함은 생각보다 큽니다.
전체 필사를 하거나, 챕터를 골라 필사를 하거나, 마음에 드는 단락을 필사하거나,
자신이 생각한 대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시간을 좀 더 생산적으로 쓰는 모습, 좋지 않은가요!
마음 수양이 됩니다. 마음을 비울 수 있죠.
필사가 습관이 되다 보니 힘든 일이 있을 때도 필사를 빼먹지 않고 했습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오히려 진정이 될 수 있었죠.
그 순간만큼은 필사에 집중하게 되어 머릿속에 떠도는 수많은 생각들을 잠시 잊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원서 필사는 시간 나는 대로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소설책으로, 익히 알고는 있지만 원문이나 번역본은 읽어본 적 없는 책으로.
전 책 한 권에 100일 정도를 목표로 삼고 필사를 합니다.
물론 매번 목표 일수를 넘어섰지만 그래도 완주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해하는 중입니다~
한 권을 끝내면 나름의 휴식기를 길게 갖기도 하지만,
어떤 일에 끈기 없는 제가 이렇게까지 필사를 오래 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네요.
공식적인(?) 아웃풋이 안 되어 지금의 영어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영어 문장에 천천히 익숙해지는 지금의 과정이 좋습니다~
느리게 가는 재미를 한번 느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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