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얼마 전 서점에서 잠깐 훑어보았던 책, 책 앞날개의 글이 기억에 남는 책, 표지 사진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지는 책, 좋은 글귀, 마음에 와닿는 글이 좋았던 책입니다.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정영욱 지음
저는 책을 읽을 때 책 앞날개 부분도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보통은 저자 소개 글이 쓰여있죠. 이 책도 마찬가지로 앞날개에 저자를 소개하는 글이 있는데요. 그보다 먼저 이런 문장이 있더라고요.
어떤 문장에서 나오는 힘은
쓰는 이보다도 읽는 이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믿는다.
펼친 당신이 있기에 이 책이 빛나기를 바란다.
저자가 쓴 글일까요. 아무튼 이 부분을 보고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아주아주 옛날~ 학창 시절 국어시간.
시든 소설이든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보면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습니다. 작품이 쓰인 시대적 배경, 문법적인 부분 설명, 문장의 속뜻, 문단의 내용이 말하는 주제 등등 선생님께서 설명하면 열심히 받아 적었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학작품을 보고 느끼는 바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우리는 선생님의 설명이나 자습서의 해설에 따라 모두 똑같이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시험문제의 답은 정해져 있으니 우리는 그저 작품의 해설을 읽고 외우고 받아들이고... 그 시절엔 사실 책을 그리 열심히 읽는 학생은 아니어서 이런 생각도 지금에 와서 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같은 사람이 읽는다 해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감상은 다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하물며 생각이 다르고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도 저마다 다 다르겠죠. 독서 모임, 독서 토론.. 이런 걸 해보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책을 두고 각각의 감상평을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글은 읽는 사람에 따라 더 크게 와닿기도 할 것이고 자기만의 해석과 느낌을 갖게 될 수도 있을 테고 말이죠.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느냐에 따라 더 공감하기도 하고, 더 마음에 와닿는 내용도 있을 겁니다. 보편적인 위로도 좋고, 지금 내 상황과 마음을 알고 있는 듯한 다정한 말도 좋네요.
▧ 좋았던 문장 ▧
흔들리는 나를 안정시켜 주는 인생관
삶에서 비롯되는 예민함이나 잡음은 대부분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만 집착적으로 관찰할 때 생겨나며,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은 나 자신의 하루에 오롯이 집중할 때 얻을 수 있다.
...
잘난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떳떳하게 부족한 사람이다.
엄마의 말
네 인생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있더라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러니 자신이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 알아서 건강도 잘 챙기고, 마음도 잘 챙기고, 필히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
나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기에, 삶이 값진 것이란다.
인간관계가 어렵게 느껴질 때 다짐했던 것들
관계는 주관적인 감정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가족과 남의 가족은 감정을 판단하는 잣대 자체가 달라서 관용과 이해의 폭도 달라진다. 타인이 그 상황을 두고 하는 평가, 또는 그 사람의 상황과 핑계보다도 내 주관적인 감과 감정이 우선인 것이 맞다.
나도 나로 살아가는 게 처음이라서
세상을 가진 적도 없고, 세상이 나를 외면한 적도 없는데 괜히 고조되었다가 쓸쓸해지고, 행복해졌다가 우울해지며 하루의 온도차를 겪어냈다.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는 감정의 난기류 속에서 난 또 내일의 비행을 시작해야겠지.
...
나도 나로 살아가는 게 처음이라서. 방금 시작한 이 하루도, 난생처음 겪는 최초의 여행이라서.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내가 모를 때
값어치 없는 돌멩이를 두고 잃어버릴까, 누가 훔쳐 가진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않는 것처럼 집착과 애착은 소중함에서 비롯된다. 삶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원초적인 질문, '내가 잘 살고 있는가'를 끝없이 고찰하고 있다면 그건 곧 현재의 삶이 소중하다는 증거다.
능력에 따른 총량의 법칙
... 그러니 삶이라는 끝없는 경주에서 중요한 것은, 오르거나 내려가는 구간을 통해 나의 절대적인 가치를 꾸준히 올리는 것에 있다고 본다. 영원한 성공도 실패도 없다. 숱한 경험을 통해 좌절하거나 오만해지지 않고 무던히 성장할 뿐이다.
작가의 생각이 묻어있는 책을 읽고 나면 난 어떠한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는 뭔가 더 콕콕 파고드는, 더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위로의 말을 들은 듯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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