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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도서 리뷰

도서 리뷰 -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 소설

by hanara 202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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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읽기 전 이 소설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폭동과 집권에 맞서는 시민군의 항쟁.

이 소설은 그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이-온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 창비

 

소년이-온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중심으로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 각각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1장은 광주 항쟁을 겪는 주인공 동호의 이야기

2장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은 후 혼이 되어 이야기하는 정대

3장은 광주 항쟁을 겪은 후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은숙의 이야기

4장은 시민군 진수의 죽음에 대해 증언을 부탁받고 그때의 일을 회상하는 남자의 이야기

5장은 광주 항쟁에 대해 증언을 요청받고 과거의 기억에 괴로운 선주 이야기

6장은 아들을 잃은 동호 어머니의 이야기

마지막 에필로그는 이 글을 쓰기까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광주 항쟁으로 발생한 수많은 희생자들.

그 안에서 죽은 사람들도, 살아남은 사람들도, 그때의 광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합니다.

함께 했던 사람들, 그때의 충격, 모진 고문... 그 당시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평생을 쫓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저 뉴스로, 다큐로 접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그저 해야 할 것 같아서, 해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

그 결과는 너무 참혹하고 끔찍해서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듯합니다.

각 장을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다면, 마지막 장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비통한 마음이 느껴져서 참 많이 슬프더라고요. 

다 읽은 후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져 큰 덩어리가 되어서 더 마음 아팠던 소설이었습니다.

 

 

3장 일곱 개의 뺨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4장 쇠와 피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내가 겪은 일들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묽은 진물과 진득한 고름, 냄새나는  침, 피, 눈물과 콧물, 속옷에 지린 오줌과 똥. 그것들이 내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아니, 그것들 자체가 바로 나였습니다. 그것들 속에서 썩어가는 살덩어리가 나였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 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기억에 남는, 한 번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책 속 문장들입니다.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저 지난 과거의 일,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잊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아직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요.

그래도 이렇게 소설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회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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