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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도서 리뷰

도서 리뷰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by hanara 2023.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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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헤르만 헤세(1877~1962)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독일계 스위스인 소설가이자 시인입니다.

대표작으로는 수레바퀴 아래서(1906), 데미안(1919), 싯다르타(1922),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 유리알유희(1943) 등이 있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유년 시절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19세기말 독일의 교육은 강압적이고 권위적이어서 자살하는 청소년들이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21세기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공부로 몰아넣는 부모 세대의 압박과,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 성공하는 삶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 안에서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수레바퀴-아래서-헤르만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Unterm Rad   -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한미희 옮김

펴낸곳 문학동네

 

 

 

<수레바퀴 아래서> 줄거리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마을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총명한 아이로 유명합니다. 아버지와 교장선생님의 기대와 강요로 신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마을에서 유일한 후보가 되어) 주에서 실시하는 입학시험을 치릅니다. 2등으로 합격하여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신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한스.

 

입학 전, 여름방학을 맞아 자유롭게 지낼 시간이 주어졌지만 한스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틈이 없습니다. 이른바 선행학습을 해야 했죠. 신학교에 가면 모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일 텐데, 그 사이에서 성적을 잘 받으려면 미리 공부해둬야 한다고 주변 어른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한스는 방학 동안 신학, 그리스어, 수학 등의 공부를 하게 됩니다. 선행학습에 바빠 좋아하는 낚시나 수영도 서서히 멀어지게 되고 자유롭지 못한 방학을 보내게 되죠.

 

신학교에서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9명이 한 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한스는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공부에 전념하는 모범생으로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그러다 같은 방 친구 헤르만 하일너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학교의 억압적인 교칙과 친구와의 관계로 점점 공부에 손을 놓게 되죠. 일련의 사건으로 헤르만 하일너는 퇴학을 당하고 한스는 신경쇠약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전부터 앓았던 두통도 여전하고,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이야기의 한 장면이 한스의 눈앞에 불쑥불쑥 튀어나와 괴롭히는 일도 잦았고요. 

 

선생님들은 공부를 놓은 한스에게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경멸하고 무시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선생님들. 한스는 더 이상 학교에 있을 수가 없었고 요양을 위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다시는 학교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게 되죠. 한스는 아버지의 실망과 분노가 두려웠고, 아버지는 그런 감정을 한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신학교에 입학한 한스를 사람들은 대견하게 보았었지만, 중간에 돌아온 한스에게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큰 관심이 없습니다. 아니 마을 사람들의 냉대를 받게 되죠.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는 한스에게 그때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과거 즐거웠던 유년시절이 떠오르지만 그건 한스에게 추억일 뿐 마을에서 더 이상 즐거움을 찾을 수는 없었죠. 에마라는 소녀를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에마는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리고, 공장 수습공으로 들어가 일을 하지만 몸도 약하고 경험도 없는 한스는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어느 일요일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강가를 걷다가 한스는 물에 빠져 죽고 맙니다. 

 

 

책 속의 말     

 

 

소설 제목이 왜 수레바퀴 아래서 일까...

한스 기벤라트는 성적이 떨어지자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하게 됩니다.

공부가 벅찬지, 건강은 괜찮은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교장선생님은 이런 말을 합니다.

 

아무튼 지치면 안 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고 말 테니까.

 

 

 

주변 어른들은 한스가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나 교사가 되어 사회의 유용한 인물이 되길 바랐습니다. 한스는 큰 거부감 없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죠. 신학교에서도 모범생이었던 한스의 성적이 떨어지자 교장선생님은 한스를 불러 공부에 대한 의지를 다잡게 합니다. 하지만 성적은 나빠지고 선생님들한테 혼나기 일쑤인 한스에게 교장선생님은 격노하죠.

 

 

마지막 한스가 죽는 장면이나 한스의 아버지가 죽은 한스를 바라보는 장면은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한스의 마지막.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진, 마음 둘 곳 없는 아이가 혼자 그렇게 가버린 것.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어야 하는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 슬프네요.

 

 

그가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어쩌면 길을 잃고 헤매다 가파른 곳에서 미끄러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물을 마시려다가 삐끗 균형을 잃었을 수도 있다. 혹은 아름다운 강물에 홀려 몸을 숙였다가 평화와 깊은 안식이 가득 깃든 밤과 창백한 달을 보고, 피로와 두려움의 조용한 강요에 떠밀려 죽음의 그늘에 빠졌을 수도 있다.
한낮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그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다...

 

아직도 반듯한 이마와 영리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로 깨끗한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은 뭔가 특별하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운명을 살 권리를 타고난 사람처럼 보였다. 이마와 두 손의 피부에는 푸르스름하고 붉게 긁힌 자국이 있었다. 고운 얼굴은 잠들어 있고, 하얀 눈꺼풀이 눈 위에 덮여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은 만족스럽고 거의 즐거워 보였다. 소년은 한창 꽃필 시기에 갑자기 뚝 꺾여 즐거운 인생길을 벗어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버지도 피로와 외로운 슬픔에 젖어 아들이 살포시 미소 짓고 있다는 행복한 착각에 빠졌다.
직장 동료들과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에 몰려왔다. 한스 기벤라트는 다시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공부로 힘들어하고 동시에 감정 기복이 심한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 인생에 있어서 참 중요한 시기입니다. 몸도 마음도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이고, 미래를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요. 그냥 막연하게 공부 잘해서 좋은 직업을 가져야지... 하다가는 마음이 요동칠 때 많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의지가 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구가 옆에 필요하겠죠. 잘할 때는 관심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현실. 그 안에서는 누구라도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잘해서 대견하고 남들보다 뛰어나서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그대로를 존중해 주고 사랑해야 할 텐데...  1900년대 초 소설과 지금의 우리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음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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