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등단하여 <검은 꽃>, <살인자의 기억법>, <빛의 제국> 등 다수의 소설을 쓴 김영하 작가.
알쓸신잡에 출연해서 대중적으로도 얼굴을 알리며 유명해졌죠.
알쓸신잡을 좋아해서 그 프로를 통해 김영하 작가님은 알고 있었으나 그분의 소설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직 두 사람>은 7편의 단편 소설을 엮어 만든 책으로, 각 소설 모두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소설
문학동네
7편의 소설 중 3편에 대한 감상을 써 봅니다.
오직 두 사람
아버지에게 유독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란 딸.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버지의 말을 잘 따랐던 딸.
아버지가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하고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는 딸.
내 의지대로, 내 생각대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느 누군가에겐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에게 굳이 잘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의 말을 꼭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이끌려 가는 듯한 삶을 바꾸고 싶은 의지가 없는 건지, 바꿔야 할 필요가 없는 건지, 자신에게 닥친 일은 그냥 묵묵히 따르면 되는 것인지.
자식은 또 다른 내가 아니며 내가 생각한 대로 따라주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 성인이 되면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신적 독립을 해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누군가의 삶에 곁들여 붙어 있는 삶이 아니라 나는 나대로의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
아이를 찾습니다
실제 있을 법한 일.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최선을 다해 아이를 찾는 것.
반쯤은 미친 사람이 되어 아이 얼굴 사진이 있는 전단지를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는 것.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까지인 것 같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유괴당했던 아이를 찾게 된다면?
조그맣던 아이가 훌쩍 커버려서 돌아온다면 그 시간의 간극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찾겠다는 목표를 이룬 후, 그 목표를 이룬 다음에는 무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처럼, 그런 부분은 전혀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고 아이를 찾을 생각만 하며 살아왔는데, 아이가 앞에 다시 나타난 후로는 모든 게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유전자로 아이를 찾았지만 부모의 시간은 아이를 잃어버린 그때, 그 시간에 머물러 있고 아이는 훌쩍 자라 낯선 사람이 되어 있다.
상상하기에도 끔찍한 일, 상상 속에서도 일어나면 안 되는 일.
어느 한순간에 세상이 무너지고 삶이 바뀌는 걸 어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다.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에게 주는 선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잃어버렸던 아이를 대신해 다시 소중한 생명과 함께 하라는...
7편의 소설 중 가장 감정이입이 되어 읽은 소설.
사건, 사고로 아이를 잃는 부모, 부모를 잃는 아이가 없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신의 장난
처음엔 이게 무슨 내용이야, 했었다.
그래서 무얼 말하는 거지?
입사 과정 중의 하나인 방 탈출 게임에서 단서를 찾지 못해 나오지 못하는 4명의 젊은이들.
방에는 어떠한 단서도 없고 나가는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계속 힌트를 찾는 사람, 철문을 향해 계속 돌진하는 사람,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는 사람,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
각자의 반응은 다르지만 목표는 단 하나, 밖으로 나가는 것.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처럼, 자신들을 가둔 그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뻐하기도 하고, 귀찮아하기도 하고, 무얼 하나 지켜보기도 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이 공간.
어찌어찌하다 옆방으로 옮겨 갔지만 그곳이라고 더 나을 것 하나 없었다.
정말 신의 장난 같은 이 상황은 뭐지?
문득 오징어 게임 속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비참하게 묘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뭐 그렇다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고...
순응하며 살기에도,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써도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기분.
작가의 말 마지막 부분에 나온 문장입니다.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 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소설이 우리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알 것 같은 문장입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 삶의 어느 부분을 치유받을 수도 있고, 그 아픔을 함께 느낄 수도 있음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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