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을 다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육아는 다른 어느 것 보다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예쁘고 바르게 잘 자라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아니 너무 힘든 과정이죠.
육아라는 미완의 과제로 인해 육아 관련 서적을 종종 읽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입니다.
고든 뉴펠드·가보 마테 지음/김현아 옮김
고든 뉴펠드 - 아동 발달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캐나다 심리학자.
가보 마테 - 스트레스와 심신 의학, ADHD. 육아, 중독 분야의 권위자인 캐나다 의사.
'사회성과 독립성을 이유로 아이를 너무 일찍 냉혹하고 경쟁적인
또래들의 세계로 내모는 부모들에게 울리는 경종'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글입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죠.
또래와의 사회성을 키우기보다 부모와의 애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 애착의 중요성
다른 육아서에서도 많이 다루어지는 '애착',
이 책에서도 부모와 아이 사이의 애착 관계에 초점을 둡니다.
(유아기 때에는 부모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하는 신체적 애착을 보이고) 이런 애착은
정서적 친밀감으로 진화하다, 마침내 심리적 친밀감으로 발전한다.
...
육아의 비결은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부모가 '어떤 존재인가'에 있다.
...
부모와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홈 베이스이고,
실패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피난처이며,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세상의 어떤 육아 기술도 이 애착 관계를 대신할 수 없다.
이런 애착이 있기 때문에 부모는 그 힘든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애착이 없다면, 많은 부모가 밤에 잠도 못 자며 아이를 돌보거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힘들겠죠.
청소년기 아이의 짜증 나고 불쾌하기까지 한 행동을 바라보는 일은 또 어떨까요.
- 아이의 건강한 정서적 성장에는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이 필수적이다.
- 아이가 심술을 부리거나, 마음에 안 들거나, 징징거리거나, 비협조적이거나,
버릇없이 굴 수도 있지만 부모는 여전히 아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 아이는 자신의 불안하고 가장 밉살스러운 성격들을 부모에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변함없이 만족스럽고, 안정감을 주는, 무조건적인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 또래로 향하는 아이들
아이에게는 부모가 필요할 때까지 이 애착 관계가 지속되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양육자에 대한 애착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또래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회적 변화에 원인을 두고 있습니다.
태어나 얼마 안 된 때부터 보육시설에서 여러 또래들과 함께하고
핵가족이 당연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주변 어른들과의 깊은 상호작용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어른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통제하거나, 가르치거나, 성숙한 사람으로의 성장을 도울 수 없고,
아이들의 시선은 주변 또래들을 향하게 되어 (또래 지향성)
미성숙한 아이들을 이끄는 건 똑같이 미성숙한 또래들이라고 말합니다.
- 아이의 애착 욕구가 강하고 또래들을 향해 있다면
아이는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신을 억누를 것이다.
-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은 없어지고, 너무 빨리 굴복하며,
충돌을 피해 물러서고, 불화는 무조건 피하게 된다.
-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행동과 소통에 상당히 민감해지고,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더 쉽게 상처 입고, 심지어 따돌림과 같은 공격을 받게 된다.
이 책은 또래가 아닌 '또래 지향성'에 문제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또래는 부모의 자리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성숙, 성장,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아이들의 실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일을
또래가 할 수 있을까요?
◆ 아이의 사회성과 독립성을 위한 육아
성숙을 촉진하는 열쇠는 아이의 애착 욕구를 채워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독립성을 키우려면 먼저 의존하도록 해야 하고,
개별화를 촉진하려면 먼저 소속감과 동질감을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의 독립성은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다했을 때,
아이가 혼자 설 수 있을 때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 부모의 책임을 이행하게 하는 힘은 아이가 부모에게 얼마나 의존적인가에 달려 있다.
- 부모의 지도를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를 이끄는 것은 좌절감을 가져오며,
부모의 도움을 구하지 않는 아이를 도와주는 것은 괴롭고 자멸적인 일이다.
- 육아의 기본 임무 중 하나는 아이에게 방향과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 아이는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판단을 따를 수 있을 때까지
그 길을 보여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 애착을 형성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습관적으로 지시를 받는 것은
아이의 대항의지(압박과 강압에 저항하는 본능)를 불러일으킨다.
- 아이가 책임 있는 어른과 적절한 애착을 형성하고 있는 한,
문화는 아이에게로 흘러 들어간다.
- 애착을 잘 형성한 아이는 어른들의 문화 양식을 흡수하며 자연스럽게 견문을 넓힌다.
- 아이가 또래지향적으로 변하면 이런 문화의 전달망은 마비된다.
- 육아의 어려움은 종종 아이의 잘못을 찾아 나서게 한다.
육아에 좌절감을 더 많이 느낄수록, 아이들이 그만큼 더 까다롭다고 여기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꼬리표를 더 많이 찾게 된다.
-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으로 인해 부모가 입은 영향, 부모가 입었을 상처, 부모의 희생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부모로서의 책임을 이행하는 것은 순수하고 단순한 애착이 있기 때문이다.
◆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고 유지하려면 필요한 것들
- 아이의 얼굴 또는 공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라.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만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는 건 아닌지 살펴라)
- 아이가 붙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주라.
(안아 주기와 같은 신체적 접촉, 아이의 존재 자체에 대한 기쁨 표현 등)
- 아이의 의존을 끌어내라.
(믿고, 의지하고, 기댈 수 있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
- 아이의 나침반이 돼라. (아이의 방향성 잡아 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와닿았던 구절입니다.
아이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자신이 지킬 수 없거나 지키기 싫은 것들을 잘 안다.
지킬 수 없는 것은 대개 성숙의 문제이고, 지키기 싫은 것은 애착의 문제다.
아이는 무엇이 중요한가 보다 부모에게 자신이 가치 있고 중요한 사람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워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가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아이에게 조건부 사랑을 주었던 것은 아닌지.
어렸을 땐 손 닦으면, 양치하면, 밥 골고루 먹으면, 어른들께 인사 바르게 하면...
더 커서는 시간 약속 잘 지키면, 학원 숙제 잘하면, 핸드폰 정해진 시간 내에만 하면...
이런저런 조건을 걸고 그 행동을 했을 때만 아이를 예쁘다 하지는 않았던가.
아기였을 때는 그저 예쁘기만 했던 아이인데
어느 정도 큰 지금은 내 눈에 바른 행동을 했을 때에만 아이에게 웃음을 준 건 아닌지.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부모 되기.
살다 보면 참 힘든 일임을 매번 느낍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게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이라는 데에 공감합니다.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이해와 배려로 큰 아이라면,
존재 자체의 소중함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아이라면,
때가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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